생각의 틈새/reading!
한강, <희랍어의 시간>
메이준
2012. 2. 26. 19:52
말을 잃은 뒤 처음으로, 그날 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보았다.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언어 없이 생각했다. 두 눈이 저렇게 고요할 수는 없다. 피나 고름, 더러운 얼음 같은 것이 흘려나오고 있다면 오히려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눈 속에 침묵하는 그녀가 비쳐 있고, 비쳐 있는 그녀의 눈 속에 다시 침묵하는 그녀가‥‥‥그렇게 끝없이 침묵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끓어올랐던 증오는 끓어오른 채 그 자리에 멈춰 있고, 오래전에 부풀어올랐던 고통은 부풀어오른 채 더이상 수포가 터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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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한강 작가의 <희랍어의 시간>.(문학동네, 2011)
나보다 내 친구가 더 좋아하는 한강 작가...그런 작가의 신작...이라고 하기엔 나온지는 좀 되었다.
타이프로 친 부분은 그냥 지금까지 읽은 페이지에서 임의로 펼친 부분에 있던 구절.
남은 페이지가 적어지는 게 아까워서 매우 천천히 읽고 있는 중.
아낀다고 말을 했지만
실은 자기 전에 조금씩 읽는 바람에 책 상태는 전혀 아낀다고 볼 수 없다ㅋㅋㅋ
우리 집에 있는 책들은 다 불쌍해ㅜㅜㅜㅜ
나의 문학 취향이 특정 작가들에 몰려 있는 것은 좀 염려스럽지만,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서점에 가서 시집 한권을 고르고, 소설 한권을 더 사고 싶어서
이 책과 김애란 작가의 책 중에서 고민했었다.
결국 이 책을 샀는데 잘한 것 같다. 근데 그냥 둘 중 어떤 책을 샀어도 잘하긴 했을 것 같다.
아까운 책이란건 없으니까.....(근데 이건 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장이다.)
두 권 다 샀으면 더 잘했을 테지만...내 돈이 아니였으므로 나는 조금 절약을 하는 것이 좋을 듯.
우리에겐 도서관이 있으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