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N해의 하루

수고했어, 오늘도

메이준 2014. 3. 28. 01:19

 

1. 아직 잘 시간은 아니지만, 어쨋든 12시는 넘었으니까. 수고했어, 오늘도.

 

2. 오늘 장보러 갔다가 딸기를 싸게 팔기에 딸기를 샀다. 사실 오렌지가 먹고 싶었는데, 오렌지는 넘 비싸다. 생딸기나 딸기 요리를 볼 때면 친구가 생각난다. 내 가장 오래된 친구는 딸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렸을 땐 딸기 농장을 하는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나는 오렌지 장수였고. 그랬던 우리는 서른을 목전에 둔 지금, 시집도 못가고 직업도 없이 저들이 좋아하는 과일 하나 살 때도 열번은 망설이는 이들이 되었다. 엄마가 고등학교 때 오렌지로 간식 챙겨주면서 공부 열심히 하면 실컷 오렌지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열심히 하다못해 아직도 공부만 하고 있으니 이거 참. 엄마도,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친구야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나처럼 뭐 하나 사먹을려고 고민하지는 않겠지. 아아, 나도 집에 가고 싶다.

 

 

3. 엄마가 싸준 반찬을 먹을 때마다 김애란 소설 <칼자국>을 생각한다. 엄마가 칼로 해준 요리를 먹고,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는 문장을. 나는 가슴이 아프다를 물리적으로 이해는 하지 못하는 대신에 엄마의 도마 위에서 칼 튀는 소리를 떠올린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 같은 것들.

 

 

4. 그토록 내가 학자라는 길을 걷는 것을 반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반찬을 싸서 보내는 엄마. 매일 공부를 그만두라고 하면서도 내가 무언가 실수를 할 까봐 언제나 전전긍긍하는 엄마. 학비따위 알게 뭐냐고 소리를 지르다가 학비를 얼마 모았는지 늘 물어보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자식을 낳게 되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