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자꾸 비번을 까묵는다. 매일 아이디랑 비번 까먹어서 나한테 물어보는 엄마 구박을 하지 말아야 겠다. 비번을 까먹다가 좀 있으면 스물n해의 하루 카테고리의 앞자리가 바뀌게 생겼다. 어떡하지....편리한게 많아질수록 점점 멍청해 간다.
1. 나보다 더 멍청한 이들이 있어서 불행하다. 역사를 안 거치고 온 존재를 없는데, 역사를 중요시하지 않거나 마음대로 휘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답답하다.
문학을 가르치다보면 역사나 사회 상식이 절로 가르치게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래 이 사교육 선생 노릇을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제대로 되지 않은 역사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에게 국어 교과서 속 작품의 사회적 배경을 얼마나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때 아이들이 느낄 지적 모순과 혼돈은 어떡하려고. 그러면 그런 뒤엔 문학 교과서마저 갈아치울텐가. 역사와 상관 없다고 외치는 이들도 이쯤되면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기회비용 부분에서 멈칫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필 <꺼삐딴 리>와 <미스터 방>을 가르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21세기에는 볼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이인국 박사와 미스터 방이 숨쉬는 세상이란게 개탄스럽다. 숨쉬기만 한가. 나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입맛대로 휘두르려고 한다. 오로지 미래와 나라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이익만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제국대학 졸업 선물인 회중시계를 재산 문서와 같이 보관할 정도로 소중하게 다루는 이인국 박사나 우라질 독립이 배부른가? 하던 방삼복 씨가 그저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머리꼭대기에 올라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니 문제다. 두 인물을 설명하며 나는 뭐라 했던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자에 반민족주의자이며, 몰역사의식을 지녔으며, 시대착오적 인물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나만 그렇게 가르쳤나? 나를 그렇게 가르친 선생님들, 또 각종 문제집의 해설지를 만든 이들도 그렇게 가르쳤는데.
그렇게 가르친 내가, 나의 선생님들이, 해설지를 만든 이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인국 박사와 방삼복씨가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2. 분명한 건 나는 부끄러운 걸 가르친 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부분에선 내가 사교육 선생님이라는 점이, 이걸 또 오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다.
문득 국사과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생각난다. 마음이 짠하다.
내 친구들 중에 가장 똑똑하고 맑은 그 친구는, 좋은 걸 가르치고 싶어한다.
그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